1. 프롤로그

2. 밀항선

3. 유치장에서

4. 생장   

5. 나병(문둥병)

6. 병력과 전과력

7. 기이한 인연

8. 암흑의 수렁

 9. 악에 강한자

10. 악전침대

11. 첫참배

12. 교회의 사정

13. 수양과에서

14. 교회생활

15.경찰에 잡혀

16. 인연과의 전쟁

17.마디를 딛고

18. 포교소설립

19. 봄은 오다

20. 일진강풍

22.고국을 향해

23. 고성·충무교회

24.시험과 박해

25. 박해와 통합

26. 나심

27. 지바를 흠모

28. 에필로그

경찰에 잡혀서도

하물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는 경찰의 눈이 번득이고 있다. 일부러 위험에 접근하는 것은 군자의 노릇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본래 군자는 아니다. 신님을 모르고 있을 때나 예사로 나쁜 짓을 해 치웠지만 어버이신의 가르침과 그 수호의 리를 알 게 된 이상 보은의 한줄기에 살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신님이 즐겨하시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다가 체포된다면 그것은 신님의 실수다. 여기서 또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는 날이면 전도고 뭐고 못하게 된다. 경찰도 교도소도 신님께서 만드신 거라면 모르되 어차피 인간의 지혜로 만들어진 것이니 만약 체포되어도 그 이상의 지혜를 짜내면 낼 수 있을 거다. -대담무쌍한 기질로 그는 항상 당당하게 나섰다.

어느 날 나라(奈良)시내에서 노방강연을 하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장골 두사람이 그의 앞에 다가서자마자 또 한사람이 배후에서 덤벼 두팔을 뀌었다. 동시에 앞에 다가선 두사람이 양쪽에서 허리띠를 잡고서는 다짜고짜 이유없이 경찰서로 연행했다. 그들 세사람은 사복형사들이었다.

재한이가 강연을 하고 있던 장소는 하필이면 경찰서 앞 광장이었던 것이다. 강연에 열중한 그는 그 자리가 경찰서 앞이란 것도 몰랐던 것이다. 돌발적인 체포극으로 경찰서 앞에는 당장에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너는 한국인인가 -, 아까부터 도대체 무얼 큰 소리 외치고 있는 거야? 목하 가두에서는 고성방가를 금지하고 있는 주간인 줄 모르는 거야?]
취조실에서 50전후의 험상궂은 인상의 형사가 다잡아 물었다. 그는 멍하니
[아니 그런 건 전혀 몰랐습니다.]

그 해(1948년) 5월부터 [경범죄법]이 갓 시행된 때로써 마침 가두에서의 연설을 취체하는 기간이었던 가보다. 그런 것을 모르는 최재한이는 이전 지명수배 건으로 체포된 것으로 생각하고는 가슴을 쓸었던 것이다.
[몰랐단 말이지. 도대체 무엇을 떠들고 있었나? 정직하게 말해 봐!]
[예, 그렇다면 아까 하던 걸 여기서 다시 한번 해 보겠습니다. -에 - 여러분 한마디 참고 말씀을 드립니다. 나는 천리교를 포교하는 사람입니다. 본래 나병으로 게다가 여러 가지 병이 병발하여 끝내는 수족도 오그라지고 죽을 고생을 하다가 1947년 8월 15일 나라시의 천리교 겡와분교회장 기무라·히데노 선생님으로부터 신님의 이야기를 듣고 ....]

그는 피의자로서 연행되고 있는 사실도 잊은 채 제스츄어를 섞어가며 감격어린 어조로 시작했다.
[아- 그래, 알았어 알았어, 천리교란게구나, 이제 됐으니 나가도 좋아.]
[조금만 더 합시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나를 억지로 끌고 온 당신네들이 아닙니까? 모처럼 안내를 받았으니 조금만 더 계속하겠습니다. 정직하게 해 보라고 하셨으니 끝까지 들어주셔야 합니다. 반드시 참고가 될거니까요.]

재한이는 더 한층 소리르 높여 계속하기 시작했다.
[- 특히 나라껭 단 바이찌(奈良縣 丹波市)에는 천리교교회본부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3개월간 수양하는 도장이 있으며 거기 수양과에는 아래로는 17세 위로는 80세 이상 얼마든지 어떤 사람이라도 좋습니다. 거기서는 어떤 병도 사정도 마음가짐 하나로 진기한 수호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
[이제 알았어요. 그 쯤으로 그만 두시오. 여기서는 공무에 방해가 되니 밖에 나가서 하시오.]

조금 전에 허리를 잡았던 형사 두사람이 다시 그를 가두로 내 보냈다.
쫓겨 나오면서 바로 문앞에서 경찰서를 보고 큰 소리로 시작하니 예의 취조형사가 쓴 웃음을 띠면서 나와
[이봐요, 여기서는 곤란하니까, 저어기 좀 떨어져서 하란 말이요.]

그런 일이 있은지 한달포쯤 지났을 때 재한이는 오사카의 쯔르하시역 구내에서 전도연설을 하고 있었다. 이 역은 그가 지난날에 가장 활발히 뛰었던 장소의 하나이다. 입장권을 사서 프렛홈에서 연설을 하고 있노라니 갑자기 뒤에서 그를 안아 버리는 것이었다. 언뜻 돌아보니 젊은 역원(驛員)이었다. 자기는 키가 작기 때문에 얼굴을 군중의 머리위로 치켜 올리는 것이 좋으리라 해서 거들어 주는가 생각했었다.

[참 고맙군요. 당신도 천리굡니까?]
그렇게 묻자, 그 역원은 아무 말도 않고 고개를 옆으로 저으면서 프렛홈 가운데 쯤에 있는 역무실에 안고 갔다. 거기에는 5, 6명의 역원이 잡담하고 있었다. 그는 실내에 내리자마자 연설을 계속 시작했다.

[ - 그러므로 사람은 모두 빌어쓰고 있는 몸을 제멋대로 쓰지 말고 신님의 의도에 순직하게 따라 하루속히 양기생활에 사는 ...]
[이봐요, 당신 아까부터 무얼 떠들고 있는 거요, 여긴 국철(國鐵)쯔르하시 역이요, 이런데서 얄궂은 연설하면 곤란해요, 밖에 나가서 하소!]
[별로 이상한 소리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화내시지 말고 조금만 더 들어보시요. 꼭 참고가 될 것인까요.]
하며 계속했다.

그는 이 1년 간에 게이하신(교토, 오사카, 고오베)일대에서 명물이 되었다.
[열심히 사는 남자...]
[자세는 낮지만 , 베짱이 센 ....]
[부끄럼을 모르는 ....]
[심장 둘을 가진 사람..] 등등 평가는 여러 가지 나타났다.

[또 천리교 미치광이가 왔다.]
[저 양반, 또 천리교 선전하네 -]
남들의 웃음꺼리가 되면서도 쉬지 않고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맑거나 흐리거나 비가와도 날씨에 관계없이 가두에 서지 않는 날은 하루도 없었다.

그는 가두에서는 결코 마이크를 쓰지 않는다. 시종일관 육성으로 외친다. 들을 의사를 처음부터 갖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 스피커를 쓴다는 것은 공중(公衆)에 대한 결례(缺禮)라는 생각에서이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노출시켜 목청대로 신명을 전하고 세계를 향하여 천은을 설파한다. 그 영위에는 끊임없는 자기와의 싸움이 있었다.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없어도 신님의 빛을 비친다. 상대는 대중인 동시에 자기 자신이기도 하며 그리고 어버이신님과 대면하고 있는 마음인 것이다.

그가 수양과를 나오고부터 이렇게 1년이 흘렀다. 한숨 돌이킬 사이도 없는 세월이었지만 그 동안에 그의 인도와 구제를 받아 상급교회를 참배한 사람은 무려 1270명에 달한다.